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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스크랩] 허전 <고공가(雇工歌)>

까치33 2008. 6. 19. 16:47

 

고공가(雇工歌)   - 허전(許塼)


♣ 핵심 정리

□ 연대 : 조선 선조(임진왜란 직후)

□ 갈래 : 가사

□ 형식 : 3·4(4·4)조, 4음보의 연속체

□ 특징 : 교훈적, 계도적, 경세적

□ 주제 : 나태하고 이기적인 관리들의 행태 비판

 

* 아래아 글자가 인식되지 않아 화면의 원문이 원문과 다르니 착오없도록(곰선생)

 

:: 1단락 - 집안의 내력


[원문]

집의 옷 밥을 언고 들먹는  져 雇工(고공)아. 우리 집 긔별을 아  다 모로나 다. 비 오는 날 일 없살 재  蘿면셔 니라리라. 처음의 한어버이 사롬사리 하려 할 재, 仁心(인심)을 만히 쓰니 사람이 졀로 모다, 플 鴨고 터을 닷가 큰 집을 지어내 고, 셔리 보십 장기 쇼로 田畓(전답)을 起耕(기경)하니, 오려논 터밧치 여드레 가리로다. 子孫(자손)에 傳繼(전계)하야 代代(대대)로 나려오니, 논밧도 죠커니와 雇工(고공)도 勤儉(근검)터라.  

 

[현역]

제 집 옷과 밥을 두고 빌어먹는 저 머슴아. 우리 집 소식(내력)을 아느냐 모르느냐? 비 오는날 일 없을 때 새끼 꼬면서 말하리라. 처음에 조부모님께서 살림살이를 시작할 때에, 어진 마음을 베푸시니 사람들이 저절로 모여, 풀을 베고 터를 닦아 큰 집을 지어 내고, 써레, 보습,쟁기, 소로 논밭을 기경하니, 올벼논과 텃밭이여드레 동안 갈 만한 큰 땅이 되었도다. 자손에게 물려주어 대대로 내려오니, 논밭도 좋거니와 머슴들도 근검하였다.

 

[풀이]

언고: 얹어 놓고. 제쳐 놓고

사롬  리려: 살림살이 하려

들먹  : 빌어먹는모다: 모여서

고공(雇工): 머슴,‘조정의 신하’를 뜻함

眼고: 깎고, 베고

우리 집 긔별: ‘조선의 역사’를 비유한

기경(起耕): 땅을 갈아 논밭을 만듦

말오려논: 올벼를 심은 논

蘿면셔: 새끼 꼬면서

여드레 가리: 8일 동안 갈 만한 넓은 땅, ‘조선의 팔도’를 의미함  

처음의 한어버이: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를  가리킴

傳繼(전계)하야: 전하고 계승하여


 

:: 2단락 - 머슴들의 반목으로 인한 폐해


[원문]

저희마다 여름지어 가암여리 사던 것슬, 요사이 雇工(고공)들은 �이 어이 아조 업서, 밥사발  큰나 쟈그나 동옷시 죠코 즈나, 마음을 닷호난 듯  호슈을 새오난 듯, 무삼  일  �드러 흘�할�  하나산다. 너희내 일 아니코 時節(시절) 좃차 사오나와,  가득의  내  셰간이 플러지게 되야난디, 엇그재  火强盜(화강도)에 家産(가산)이 蕩盡(탕진)하니, 집 하나 불타 붓고 먹을 것이 젼혀 업다. 크나큰 歲事(세사)을 엇지  하여 니로려료. 金哥(김가) 李哥(이가) 雇工(고공)들아  새 마암 먹어슬라.

 

[현역]

저희들이 각각 농사지어 부유하게 살던 것을, 요새 머슴들은 생각이 아주 없어서, 밥그릇이 크러나 작거나 입은 옷이 좋거나 나쁘거나, 마음을 다투는 듯 우두머리를 시기하는 듯, 무슨 일에 반목을 일삼느냐? 너희들 일 아니하고 흉년조차 들어서, 가뜩이나 내살림이 줄어들게 되었는데, 엊그제 강도를 만나 가산이 탕진하니, 집은 불타 버리고 먹을 것이 전혀 없다. 크나큰 세간 살이를 어떻게 해서 일으키려는가? 김가  이가 머슴들아, 새마음을 먹으려무나.

 

[풀이]

여름지어 가암여리: 농사지어 부유하게

�드러: 감겨 들어  

시절(時節)좃오나와: 시절조차 사나워(흉년이 들어서) 

생각: 사려, 분별  

밥 사발: 나라에서 주는 녹봉을 뜻함  

득의: 가뜩이나

죠코 즈나: 좋거나 나쁘거나

셰간: 살림

호  : 다투는

플러지게: 줄어들게

호슈(戶首): 우두머리

화강도(火强盜): 왜적을 일컬음

셰사(歲事)을: 세간살이를 

니로려료: 일으키려는가

 

 

:: 3단락 - 머슴들의 각성을 촉구

 

[원문]

너희내  졀머난다 헴 혈나 아니산다. 한  솥에  밥 먹으며 매양의 恢恢(회회) 하랴  한 마음 한 뜻으로 티름을 지어스라. 한 집이 가음 열면 옷  밥을 分別(분별) 하랴. 누고는  장기 잡고 누고는 쇼을 몰니. 밧 갈고 논 살마 벼 셰워 더져두고, 날 됴흔 호미로 기음을  매야스라. 山田(산전)도  것츠럿고 무논도 기워간다. 사립피  목 나셔 볏 겨  셰올셰라. 우거지고 무논에도 풀이

七夕(칠석)의 호  씻고 기음을 다    후의,  蘿기 뉘 잘  며 셤으란 뉘 엿그랴. 너희  조 셰아려 자라자라 맛스라.  을 거둔 후면 成造들의 (성조)를 아니  랴. 집으란 내 지으게 움으란 네 무더라. 너희  조을 내 斟酌(짐작)  엿노라. 너 희도 머글 일을 分別(분별)을  려므나. 명셕의  벼  넌들 됴흔    구름 蔑여 볏뉘을 언  보 랴. 방하을 못 踪거든 거츠나 거츤 오려, 옥  白米(백미)될 쥴 뉘 아라 보리스니,

 

[현역]

너희는 젊다 하여 생각하려고 아니하느냐? 한솥에 밥 먹으면서 항상 다투기만 하면 되겠느냐? 한 마음 한 뜻으로 농사를 짓자꾸나. 한 집이 부유하게 되면 옷과 밥을 인색하게 하랴? 누구는 쟁기를 잡고 누구는 소를 모니, 밭 갈고 논 갈아서 벼를 심어 던져 두고, 날카로운 호미  로 김매기를 하자꾸나. 산에 있는 밭도 잡초가무성하다. 도롱이와 삿갓을 말뚝에 씌워서 허수아비를 만들어 벼 곁에 세워라.

칠 월 칠석에 호미 씻고 기음을 다 맨 후에, 새끼는 누가 잘 꼬며, 섬은 누가 엮겠는가? 너희  재주를 헤아려 서로 서로 맡아라. 추수를한 후에는 집 짓는 일을 아니하랴? 집은 내가 지을 것이니 움은 네가 묻어라(만들어라). 너희  재주를 내가 짐작하였노라. 너희도 먹고 살 일을 깊이 생각하려무나. 멍석에 벼를 널어 말린들 좋은 해를 구름이 가려 햇볕을 언제 보겠느냐? 방아를 못 찧는데 거칠고도 거친 올벼가, 옥같이 흰 쌀이 될 줄을 누가 알아 보겠는가?

 

[풀이]

헴 혈나: 생각하려고

회회(恢恢): 서로 아웅다웅하는 모양

것츠럿고: 거칠어졌고

녀름: 농사

기워간다: 무성하여간다.

가음  열면: 부유하게 되면

사립피: 도롱이와 삿갓

분별(分別)  랴: 걸정하랴. 인색하게 하랴

매야스라: 매자꾸나

 

목 나셔: 말뚝을 놓아서  

살마: 갈아  

蘿기: 새끼 꼬기

셰워: 심어 셤: 곡식을 담기 위해 짚으로 엮은 것

셰아려: 헤아려

움: 겨울철에 화초나 채소를 넣어 두기 위  

자라자라: 서로서로, 자주자주  해 따을 파고 거적 따위로 덮은 것

맛스라: 맡아라

머글 일: 먹고 살 일  

  을거둔: 추수한볏뉘: 햇볕

성조(成造): 집을 짓는 것

오려: 올벼, 이른 벼  


:: 4단락 - 사려 깊은 새 머슴을 기다림

 

[원문]

너 희리고 새  리 사쟈  니, 엇그  왓 던 도적 아니 멀리 갓다, 너희  귀눈 업 서 져런줄 모르관  , 화살을 젼혀 언고 옷밥만 닷토  다. 너희  다리고 팁  가 주리  가. 粥早 飯(죽조반) 아  져녁 더  다 먹엿거든, 은혜란  각 아녀 제 일만  려  니, 혐 혜  새 들이 리 어  제 어더이셔, 집 일을 맛치고 시름을 니  즈려뇨. 너희 일라  며셔 삿 리 다 만 蘿괘라.

 

[현역]

너희들 데리고 새 살림 살고자 하니, 엊그제 왔던 도적이 멀리 달아나지 않았다고 하는데,  너희들은 귀와 눈이 없어서 그런 사실을 모르는것인지, 방비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옥과 밥만 가지고 다투느냐? 너희들을 데리고 행여 추 운가 굶주리는가 염려하며, 죽조반 아침 저녁을다 해다가 먹였는데, 은혜는 생각지 않고 제 일하려 하니, 사려 깊은 새 머슴을 어느 때에 얻어서, 집안 일을 맡기고 걱정을 잊을 수 있겠는가? 너희 일을 애달파하면서 새끼 한 사리를 다  꼬았도다.

 

[풀이]

새  리: 새 살림?

혜  : 헤아릴 줄 아는

엇그  왓던 도적: ‘왜적’을 말함

새 들이리: 새머슴을  

귀눈 업서: 듣고 보지를 못 해서

니즈려뇨: 잊을 수 있겠는가?

팁  가: 추운가 라

며셔: 애달파하면서

죽조반(粥早飯): 조반 전에 먹는 죽

蘿괘라: 꼬도다  

 

 

:: 이해와 감상

임 진왜란 직후에 허전이 쓴 노래로, 국사(國事)를 한 집안의 농사일에 비유하여, 정사에 힘 쓰지 않고 사리 사욕만을 추구하는 관리들을 집안의 게으르고 어리석은 머슴에 빗대어 통렬 히 비판한 작품이다. 임진왜란 때 왜적에게 그렇게 무참히 당하고 유교적 이상이 깨어진 비 참한 현실에 직면하여, 그러한 현실을 수습하려 들지 않는 신하들의 나태한 모습을 은유적 수법으로 잘 형상화하였다. 이 작품에서  지은이가 관료 사회를 통렬히 비판하고 있는 것은 그 이면에 유교적인 이상 사회를 재건하려는 숭고한 의지가 내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.  이 작품의 화답가(和答歌)로 이원익의 <고공답주인가(雇工答主人歌)>가 있는데, 이것은 임 진왜란 이후 집권층이 정사(政事)보다는 당파 싸움에 힘쓰자, 작자가‘어른 종(영의정)’의 입장에서, ‘종(신하)’들을 나무라고‘마나님(임금)’을 경계하려는 의도로 지은 작품이다.


 

[출처] 고공가(허전)|작성자 풀꽃 http://blog.naver.com/manna0729?Redirect=Log&logNo=80037170599



출처 : 김명기 선생【 곰나루 논술 교실 】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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